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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야화 음양구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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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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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7:12:32, 조회 : 4, 추천 : 1 |
점잖은 선비 오진사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오진사 마음을 들뜨게 만든 것은 부인이 친정에서 데리고 온 여종, 열일곱살 꽃분이다.
허리통에 오겹살이 올라 누워도 접히고 앉아도 접히는 마누라만 보다가 잘록한 개미 허리에 탱탱하게 벌어진 복숭아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드는 꽃분이를 보자 오진사는 그만 얼이 빠졌다.
가끔씩 밤이면 안방으로 건너가 부인의 옷고름을 풀던 오진사는 꽃분이가 온 후로 안방 발길을 뚝 끊었다.
평생 기생집 출입 한 번 하지 않고 넉넉한 살림에도 첩 한 번 들인 적 없는 오진사가 때늦게 꽃분이를 보고 나서 상사병이 났다.
밤마다 꽃분이가 물주전자를 들고 와 이부자리를 펴 줄 때면 오진사는 동전 몇 닢을 꽃분이 손에 쥐어 주고 손목을 만져 보는 게 고작이지 마누라 눈을 피해 그 이상 진척은 이뤄질 수 없었다.
어느 날 처가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장모가 병이 깊어 딸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마누라가 부랴부랴 길 떠날 채비를 하며 꽃분이에게 일렀다.
“진사 어른 제때 진지 차려 드리고….”
마누라가 친정에 가고 나자 오진사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대문을 나선 지 두어 숨도 되기 전에 마누라가 다시 돌아와 “여보, 당신 세 끼는 앞집 순덕어미가 차려 주기로 했습니다.” 하고 나서 꽃분이에게 말했다.
“꽃분아, 너도 가자. 이참에 고향집 한번 들려야지...”
마누라가 꽃분이를 데리고 떠난 후 오진사가 대낮부터 약주를 퍼마시다가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있어 벌떡 일어나 단걸음에 달려간 곳은 단골의원 영생원이다.
허의원이 두눈을 크게 뜨고 오진사를 맞았다.
술에 불콰해진 같이 오진사에게 허의원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니 진사어른, 집에 누가 급환이라도?”
오진사는 털썩 주저앉으며 허의원의 두손을 붙잡았다.
“나 좀 살려 주시오. 허의원.”
허의원은 오진사로부터 장황하게 얘기를 듣고 나서 멀거니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참, 일이 맹랑하게 되었소. 잘못되는 날에는 악소문이 돌아 영생원은 문을 닫아야 하오.”
오진사는 허의원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잘못될 리가 없소이다. 일이 뜻대로 풀려 소원성취하면 내 허의원께 크게 보답하겠소.”
찝찝하지만 허의원은 내락을 했다.
부인이 꽃분이를 데리고 돌아온 날 밤, 오진사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피는 물론 낮에 구해 놓았던 소 피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오진사는 눈이 뒤집혀져 사지를 비틀고 오진사 부인이 안절부절 못할 때, 꽃분이가 한걸음에 달려가 허의원을 모셔 왔다.
오진사를 진맥한 허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밤을 못 넘기겠소이다. 부인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부인은 오진사를 안고 대성통곡하다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허의원에게 매달렸다.
“의원님, 무슨 수가 없겠습니까?” 허의원은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한 마디를 던졌다.
“실낱같은 희망은 이 약을 먹고 단전에 기를 불어넣는 건데…. 오진사는 온몸의 기가 다 빠졌소이다.”
오진사 부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기를 어떻게 불어넣습니까?”
허의원은 천장을 보고 한숨을 토하며 조그맣게 말했다.
“그것도 부질없는 짓이요. 효과가 있을지 확신도 안 서는 데다 이 밤중에 기가 넘치는 생판 처녀를 어디서 구하며, 구한다 해도 그 처녀가 응할지도 모르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오진사 부인이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가다가 말고 후다닥 들어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꽃분이가 있잖아요!”
꽃분이가 어리둥절해서 서 있는데 오진사 부인은 허의원에게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번 해봅시다. 숫처녀의 단전을 죽어가는 사람의 단전에 맞대면 기가 옮겨가는데….”
허의원이 다 죽어가는 오진사의 입을 벌리고 음양구분환 열두 알을 먹였다.
허의원과 오진사 부인은 안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동짓달 기나긴 밤, 이진사와 꽃분이는 발가벗고 단전을 맞대니 단전 아래 옥문에서는 옥수가 줄줄 흐르고 양물은 돌덩이가 되어 음양이 서로 꽉 물었다.
동창이 밝았을 때 꽃분이가 낯을 붉히며 나와 말했다.
“진사 어른이 살았습니다.”
부인은 달려 들어가 오진사를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허의원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며칠 후 저녁나절, 오진사가 영생원을 찾아갔다.
주막집에 가서 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되어도 크게 보답하겠다던 오진사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자 허의원은 오진사 집 사랑방에 찾아갔다.
“일이 성사되었으니….”
오진사가 약속했던 보답을 넌지시 재촉했다.
그러자 오진사가 대답했다.
“내가 지난 번에 술을 거하게 받아 드렸잖소. 주막집에서.”
허의원이 이를 갈았지만 소문을 낼 수는 없는 노릇.
그 일이 알려지면 오진사는 얼굴에 먹칠만 하면 되지만 영생원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허의원이 사랑방을 나서며 말했다.
“오진사, 그날 밤에 먹은 환약이 무엇인지 아시오? 음양구분환 말이오. 개똥으로 만들었소.”
오진사는 우웩, 저녁 먹은 것을 다 토했다.
오진사에게 다시 큰 병이 들었다. 개똥뿐만 아니라 개만 봐도 토하는 것이다.
오진사 부인이 허의원을 찾아갔더니, 허의원이 잘라말했다.
“그 병은 약이 없소이다. 딱 한 가지 약은 이 세상의 개라는 개는 모두 없애는 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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